바늘로 우물을 파는 고행의 스포츠
모든 스포츠 종목 중 가장 고독하고 힘든 마라톤은 ‘기왓장을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경기다’ 고행이다. 몸으로 쓰는 한편의 시와 같다. 참다 참다 터져나온 울부짖음 같은 것, 사람들은 스스로 고행을 함으로써 저마다 꽃을 피운다. 몸을 부려 뜻을 세운다.
날끼가 좋다고 방심하면 꽃은 한순간에 떨어진다. 인간이 달리며 숨쉴때 드나드는 공기의 속도는 시속 20Km 안팎이다. 이속도로 달려야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한숨 빨리 내쉬거나 들이마시면 금세 발걸음이 흐트러진다.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것은 결국 볏짚 한 가닥이다. 마라톤도 한 호흡에 달려 있다.
마라톤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이다. 머리카락에 한자 한자 글을 새기는 거나 같다. 날숨 들숨 끊임없이 단순 반복되는 고통의 호흡이다 마라톤은 바로 쓰는 시다. 길에서 쓰는 시다. 움직여야 시가 나온다. 울부짖음이다. 고통의 굿 이다.
손기정도 황영조도 이봉주도 그렇게 바늘로 우믈을 파듯 꽃을 피웠다. 몸을 써서 또 한 꺼풀의 허물을 벗었다. 마라톤 대회에는 사람꽃이 가득하다. 인간 체력의 한계라고 여겨지는 42.195Km의 거리를 달리는 최장거리 도로 경주이다.
일반적으로 마라톤이라고 할때는 풀코스를 말하지만 거리를 단축하여 10Km, 20Km를 뛰는 것은 단축 마라톤이라고 한다. 마라톤 레이스는 코스를 이탈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자력으로 완주하여야 한다는 두가지 원칙아래 실시된다.
따라서 공식 코스를 벗어나 지름길을 택하는 등의 행위는 실격 처리되며 또한 레이스 도중 타인의 도움을 받게 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실격으로 처리 된다.
마라톤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요하는 경기인 만큼 선수는 경기 이전에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며 경기 도중이라도 공식 의무원의 중지 명령을 받았을때는 즉시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
또 선수들의 에너지를 보충해 주기 위해 출발 5Km지점부터 매 5Km마다 음식물 공급소를 설치해두고 선수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게 되는데 마라톤 선수는 주최측이 지정한 음식물 공급소 이외에서 음식물을 먹었을 경우에도 실격이며 레이스 도중 경기 임원이나 타인이 물을 뿌려줘도 타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실격된다.
간혹 해외스포츠중계를 시청하다보면 마라톤 선수들이 물이나 음료수를 집으면서 옆에 있는 컵을 고의 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이 쓰러트리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 선수는 과연 고의로 그랬을까 아니면 뛰면서 컵을 잡으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